시력을 보호하기 위해 먼 곳을 응시하는가 하면 초록색 풍경을 눈에 담으려 애쓴다. 안과 전문의 원여경 원장은 최근 유튜브 영상에서 “이런 행동들이 잘못된 건 아니지만 근시로 나빠진 시력을 되돌리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이외에 또 뭐가 있을까.
먼 곳 응시·초록색 보기, 나빠진 시력은 그대로
근시는 대부분 안구가 앞뒤로 길어져 초점이 망막 앞에 맺히는 상태다. 원여경 원장은 “이미 길어진 안구는 다시 짧아지지 않아 멀리 자주 본다고 도수가 돌아오지는 않는다”면서 “초록색 자체가 눈에 좋다는 근거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학술지 ‘안과학 회보(Acta Ophthalmologica)’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먼 곳과 초록색을 많이 보는 야외 활동 시간이 길면 근시가 새로 생길 위험은 40% 넘게 낮았다. 하지만 이미 근시가 있는 사람은 야외 활동을 늘려도 근시 진행이 늦춰지지 않았다. 다만 원 원장은 “20분 가까이 본 뒤 20피트(약 6m) 떨어진 곳을 20초 보는 ‘20-20-20 규칙’은 눈 피로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즉, 먼 곳을 보는 습관은 새로운 근시를 예방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미 나빠진 시력을 되돌리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눈 굴리기 등 시력 회복 운동, 효과 입증 안 돼
눈 주변 근육이 긴장하면 안구 모양이 변해 시력이 떨어지고, 이 근육을 풀어주면 다시 좋아진다는 생각에서 눈을 굴리는 운동이 고안됐다. ‘베이츠 요법’이 대표적인데, 눈동자를 이리저리 움직이거나 손바닥으로 눈을 가리고 햇볕을 쬐는 방법이다. 원 원장은 “눈을 움직이는 동작으로 길어진 안구가 다시 짧아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학술지 ‘소아안과·사시 저널’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눈 운동 관련 문헌 43편을 분석한 결과, 근시가 개선되거나 예방된다는 것을 보여준 대조군 연구는 한 편도 없었다. 눈 운동은 눈 주변 근육의 긴장을 완화해 피로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근시 자체를 치료하는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다.
당근, 부족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효과 없어
당근이 눈에 좋다고 알려진 건 비타민A가 풍부해서다. 비타민A가 부족하면 밤에 잘 안 보이는 야맹증이 생기지만, 원 원장은 “비타민A가 부족하지 않은 사람이 당근을 더 먹는다고 시력이 좋아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학술지 ‘안과학 아카이브’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40~84세 남성 의사 2만1142명이 당근에 많은 베타카로틴을 이틀에 한 번 50mg씩 평균 12년간 먹었지만, 시력 저하를 일으키는 황반변성이 생긴 사람은 162명으로 가짜약을 먹은 그룹(170명)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당근은 건강에 좋은 식품이지만, 시력 개선을 위한 만능 해결책은 아니라는 뜻이다.
눈 피로 줄이는 방법
앞서 소개한 생활 습관만으로는 나빠진 시력을 되돌릴 수는 없다. 다만 눈 피로를 줄이기 위해 평소 눈을 쉬게 하는 습관은 도움이 된다. 특별한 눈 운동보다 화면을 볼 때 눈을 자주 깜빡이고 중간중간 먼 곳을 보며 쉬는 게 바람직하다. 원 원장은 “이미 나빠진 시력을 되돌리긴 힘들지만 이러한 행동을 반복하면 눈이 받는 피로도가 줄어 삶의 질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력을 되돌리는 마법 같은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눈의 피로를 관리하고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시력 변화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다.
